우리는 흔히 인간과 동물 사이에 명확한 경계선이 있다고 믿습니다. 인간은 문명을 만들고, 예술을 즐기며, 윤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독보적인 존재라는 생각은 오랜 철학적 전통과 과학적 오만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장프랑수아 마르미옹의 『인간은 왜 동물보다 잘났다고 착각할까』는 이 경계가 얼마나 허구적인지, 그리고 그 허구가 어떤 윤리적, 사회적 문제를 초래해왔는지를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이번 글에서는 인간과 동물 사이의 경계 개념을 해체하고, 진정한 공존을 위한 철학적 전환점을 제시합니다.
우리가 만든 경계의 기원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긋는 일은 단지 생물학적 구분을 넘어서, 정체성과 권력의 문제로 이어져 왔습니다. 역사적으로 인간은 동물을 '도구'나 '자원'으로 간주하면서, 스스로의 존재를 정당화해왔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로고스(이성)를 지닌 동물'로 정의했고, 데카르트는 동물을 단지 '자극에 반응하는 기계'로 보았습니다. 이런 철학적 기반은 인간이 동물을 착취하고 지배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사유틀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구분은 종종 '언어', '이성', '윤리의식'과 같은 인간 중심적 기준에 기반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그 기준들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과학적 발견과 함께 계속해서 무너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간만이 언어를 갖는다고 했지만, 고래나 앵무새 같은 동물들도 고유한 소통 체계를 가지고 있고, 특정 맥락에서 의미를 담아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윤리의식 역시 일부 동물들, 특히 유인원과 코끼리, 돌고래 등에게서도 발견되고 있습니다. 그들은 갈등을 중재하고, 서로를 위로하고, 집단 내 규칙을 따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결국 '인간과 동물의 경계'란, 우리가 만들어낸 허상일 수 있습니다. 이 허상은 우리에게 '특권'을 주는 동시에, 타 생명체에 대한 도덕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는 장치로 기능해왔습니다. 마르미옹은 이러한 사유 구조가 이제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경계가 무너지는 과학적 증거들
현대 과학은 인간과 동물 사이의 유사성을 점점 더 많이 발견하고 있습니다. 유전학적으로 보면 인간과 침팬지는 약 98.8%의 DNA를 공유합니다. 단지 유전자 몇 개 차이일 뿐인데, 우리는 이 작은 차이를 가지고 본질적인 구분을 시도합니다. 그러나 이 차이는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 연속선상에 있는 차이에 불과합니다. 신경과학적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의 감정 중추인 편도체, 쾌락을 담당하는 도파민 시스템, 기억과 학습에 관여하는 해마 등은 대부분의 포유류가 공유하고 있습니다. 동물들이 고통을 느끼고, 기쁨을 경험하며, 학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이러한 신경 메커니즘이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동물이 인간과 똑같이 ‘느끼고 생각하는 존재’임을 입증하는 근거입니다. 사회적 행동 역시 인간과 동물 사이의 유사성을 보여줍니다. 침팬지는 정치적 동맹을 맺고, 협상하며, 지위를 두고 경쟁합니다. 돌고래는 무리 내에서 구조 행동을 보이며, 오랑우탄은 자신의 새끼를 교육하고 훈련시킵니다. 이런 행동들은 단지 본능이 아닌 학습과 감정, 그리고 인식의 복합적인 작용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마르미옹은 과학이 인간의 우월성을 뒷받침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합니다. 이제는 과학이 오히려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해체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인간만의 독특함을 강조하며 동물을 ‘타자화’하려고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극복해야 할 지적·윤리적 과제입니다.
경계를 허물면 달라지는 세계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허문다는 것은 단지 인식의 전환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는, 근본적인 삶의 구조 재설계입니다. 동물을 '존재'로 바라보는 순간, 그들과의 관계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동물은 더 이상 실험의 대상이거나 식탁 위의 고기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생명 공동체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이러한 전환은 법과 제도, 교육, 문화 등 여러 영역에서 파급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동물의 법적 지위를 '물건'이 아닌 '생명체'로 규정하고 있으며, 동물의 권리를 보장하는 윤리교육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감성적인 동정심이 아닌, 이성적인 철학과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변화입니다. 장프랑수아 마르미옹은 경계를 허무는 일이 인간의 정체성을 위협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는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길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은 도덕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에, 타 생명체에 대한 책임 또한 질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그 책임의 첫걸음은 ‘경계’를 내려놓고,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이제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강조하기보다는, 공통점을 찾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공존의 기술을 배워야 합니다. 이러한 윤리적 감수성이야말로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가치입니다. 경계를 허무는 것은 인간을 비하하는 일이 아니라, 생명을 포괄하는 더 넓은 윤리로 나아가는 진화입니다.
결론: 요약 및 Call to Action
인간과 동물의 경계는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요? 마르미옹은 그것이 허구이며, 우리가 만든 착각이라고 말합니다. 과학과 철학은 이제 그 허상을 지워가고 있고, 우리는 새로운 생명 윤리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경계를 허물고 공존을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인간다움의 시작입니다. 지금은 인간의 특권을 주장할 때가 아니라, 모든 생명과의 관계를 다시 그려야 할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