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준 교수는 건축을 단순한 구조물로 보지 않고, 인간의 사고와 삶의 방식을 반영하는 사회적 언어로 해석합니다. 이 글에서는 그의 시선을 따라 건축과 인간의 관계를 건축이론, 공간구조, 인문학적 관점에서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건축이론으로 본 인간의 삶
건축은 인간이 만든 가장 거대한 인공물 중 하나이자, 인간의 욕망과 사고방식을 반영하는 거울과도 같습니다. 유현준 교수는 건축을 '사회적 물리학'이라 표현하면서, 그것이 단순히 미적인 요소를 넘어서 어떻게 인간의 행동을 유도하고 사고방식을 형성하는지를 강조합니다. 그는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고 말하면서, 구조와 형태, 동선과 배치가 인간의 심리와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끊임없이 분석합니다. 특히 현대 도시에서의 아파트 구조는 사생활 중심의 공간 배치로 인해 가족 간 소통이 단절되기 쉬운 구조를 낳고 있습니다. 거실이 단순히 통과지점이 되어버리고, 각자의 방은 '고립된 성'이 됩니다. 유 교수는 이를 지적하며 공동체 회복을 위한 공간 재구성을 제안합니다. 그는 건축이 단순히 외형을 결정하는 작업이 아니라, 인간관계를 조율하고 인간성을 회복하는 중요한 사회적 장치임을 주장합니다. 건축이론 측면에서도 그는 르 코르뷔지에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와 같은 고전적 건축가들의 철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합니다. ‘기능이 형태를 따른다’는 고전적 명제를 넘어서, ‘관계가 공간을 결정한다’는 새로운 해석을 제시합니다. 즉, 기능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이는 단순히 건축가의 영역을 넘어 우리 모두의 삶의 방식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인식 전환입니다.
공간구조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공간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람들의 일상 행동과 관계, 심지어 생각의 구조까지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현준 교수는 도시의 골목, 학교 교실, 회사 사무실 등 다양한 공간을 분석하며 그 구조가 사람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합니다. 그는 특히 도시공간이 인간을 ‘만나게 하느냐, 피하게 하느냐’에 따라 사회 전체의 성격이 달라진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골목이 사라진 현대 도시에서는 우연한 만남이나 비의도적 소통이 줄어들고, 사람들은 목적지 중심의 동선만을 따릅니다. 그 결과 공동체성은 약화되고, 개인주의적 문화가 더욱 강화됩니다. 그는 이러한 공간의 구조적 변화가 인간성의 상실과도 맞닿아 있다고 분석합니다. 사무실 구조도 예외는 아닙니다. 개방형 오피스가 창의성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실제로는 개인의 집중력 저하와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쉽습니다. 반대로 적절한 경계와 만남의 공간이 적절히 조화된 구조가 오히려 더 건강한 협업을 이끈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유 교수는 이러한 공간 구조의 함의를 일반 대중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설명하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그가 방송과 책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의 핵심은 ‘공간이 사람의 행동을 결정짓는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어떤 공간에서 살아가는지, 어떤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지는 단순한 디자인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철학적 고민입니다.
인문학적 시선에서 본 공간
유현준 교수의 건축 철학은 단순한 구조물 디자인을 넘어 인문학적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그는 공간을 인간의 삶, 문화, 역사, 심리까지 포함하는 통합적 개념으로 다룹니다. 그가 강조하는 ‘공간의 인문학’은 단순히 형태를 보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통해 인간의 삶을 해석하고, 사회를 성찰하게 합니다. 그는 고대 도시의 광장, 중세 유럽의 성곽도시, 조선시대 한옥 등 다양한 시대와 문화권의 공간을 비교하면서, 그 안에 담긴 철학과 사회구조를 설명합니다. 광장은 소통과 민주주의의 공간이었고, 담장은 계급과 배제를 상징했습니다. 이런 공간들은 단지 물리적 구조가 아니라, 시대정신의 표상인 것입니다. 또한 그는 '공간의 자유도'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공간이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는지가 자유롭고 창의적인 삶과 직결된다고 말합니다. 예컨대, 복도 하나의 배치가 교실 분위기를 바꾸고, 계단의 위치가 학생들의 이동 경로를 바꾸는 것처럼 작은 공간 요소들이 인간의 생활 방식에 큰 영향을 줍니다. 그는 건축을 인문학적 도구로 삼아,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묻고 있습니다. “건축가는 단지 건물을 짓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설계하는 사람이다”라는 그의 말처럼, 건축은 사람을 위한 가장 인간적인 기술이자 철학입니다. 이는 단순히 전문 건축가만이 아니라, 공간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고민해야 할 주제입니다.
결론
유현준 교수의 건축 철학은 공간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구조를 고민하는 인문학적 사유입니다. 그는 공간이 인간을 규정하며, 우리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다고 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을 다시 들여다보고,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자각할 때 비로소 진정한 공간 혁신이 가능해집니다. 이제는 공간을 소비하는 시대에서, 공간을 설계하고 참여하는 시대를 살아가야 할 때입니다.